남자가 사진을 찍으러 무리들 속으로 나간 사이 여자는 혼자 조용히 밖으로 나왔어. 모르는 골목들을 마냥 걸었지. 끝을 자꾸 늦추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생각했지.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는데 문득 옆을 보니 남자가 같이 걷고 있었어. 그 남자는 뛰어나간 여자를 찾아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거야. 남자는 여자가 우는 걸 봤겠지만 눈물을 닦아주지는 않았어. 여자는 이걸로 다 되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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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 정이현